Soul of the Tango by YOYOMA

soul of the tango by yoyoma

 

1999년 이맘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겸한 단합대회를 하기로 하고 적당한 이벤트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좀처럼 보기 힘든 공연이 하나 걸려 들었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 공연물로 회식이나 단합대회를 대치 할 줄 알았으니, 자화자찬 하자면 저도 어지간히 시대를 앞서 나갔던 모양입니다. “Tango Forever”라는 공연이었는데 Tango 연주회이자 무용 공연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에게 있어서 Tango는 다소 생소한 쟝르 중에 하나였으며 별로 많이 들어 본 기억도 없었습니다.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 이렇게 시작하는 전영이라는 가수의 “서울야곡” 정도가 제가 알고있던 Tango의 전부였지요. 따라서 별로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그 공연을 보러 갔던 저는 첫 연주곡에서 흐르는 반도네온의 선율과 그 다음 곡에 맞춰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에게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Forever Tango 라는 공연은 샌프란시스코에서 92주(약 2년) 동안의 장기 댄스 공연이라는 대 기록을 세웠으며, 1996년 5월부터 1997년 초까지 이탈리아의 ‘스폴레토 아트 페스티벌(Spoleto Art Festival)’에서 전원 기립(Standing Ovation)을 받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이미 해외에서는 그 명성이 자자한 공연이었습니다.

Tango 라는 이 독특한 음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Tango는 1900년경 본격적으로 음악이라는 형태를 갖추면서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하였다는 정도가 그저 Tango에 대해서 소개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Tango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다면 Sally Potter 라는 감독이 만든 자전적 영화 “Tango Lesson”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서는 Tango에 빠져들 수 있는 유혹거리만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Tango를 묘사하는 또 다른 말은 ‘발들의 전쟁’입니다. Tango라는 춤을 보고 있노라면 왜 Tango를 발들의 전쟁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습니다. Tango의 동작 가운데는 선 상태에서 무릎을 구부려서 뒤로 들어 올리는, 마치 뒷 발길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동작은 혹시나 춤을 추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 뒤로 다가와서 자기를 공격 할 지도 모르기에 다가오다가 뒷 발길질에 채이라고 취하던 방어적 행동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누군가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춤을 추지 말아야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춤을 추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뒷 발길질이라니! Tango라는 춤의 중독성을 알만합니다. 또한 Tango는 정열적인(정확하게 표현하면 관능적인) 춤입니다. Tango는 언제나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서 추게 되는데 그 관능미가 살사나 람바다는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전통적인 Tango에서 남자와 여자는 춤이 시작되고 끝나는 동안에 단 한번도, 절대로 상체가 서로에게서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나 꼭 붙어있습니다. 아주 꼭.

소개해 드리는 이 음반은 Tango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 보아야 할 음반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Tango 작곡자이자 반도네온 연주가인 Astor Piazzolla의 곡들을 대만 출신의 첼로 연주자인 YOYOMA가 연주하였습니다. 첫 곡인 Libertango는 한석규가 나왔던 제일모직의 양복, Cardinal의 CF에 삽입되어 잘 알려진 곡입니다. 그 외에도 Le grand Tango 같은 명곡들을 YOYOMA 라는 뛰어난 첼로 연주가가 훌륭하게 연주하고 있습니다.

곡들의 작곡자인 Astor Piazzolla는 아르헨티나에 그와 관련한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Tango를 언급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1921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으며 세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 동부의 빈민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었으며 1937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와서 현재 우리가 듣는 Tango의 꽃을 피우게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곡들을 들어보고 Tango에 매력을 느꼈다면 1987년 9월 6일 미국의 Central Park에서 있었던 그의 공연 실황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Astor Piazzolla 자신이 반도네온을 연주하며 그의 목소리까지 들어 볼 수 있는 귀중한 공연 실황입니다.

 

Bandoneon 반도네온

 

반도네온은 아코디언 비슷하게 생긴 악기로 Tango 연주에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종의 손 풍금입니다. 어떤 Tango 곡은 이 반도네온 6대만을 사용하여 연주하는 곡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키가 아코디언처럼 건반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타자기의 키 같은 아주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익히고 연주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악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과 같이 반도네온은 오른 쪽에 38개, 왼 쪽에 33개의 단추가 달려 있으며 가운데 주름 부분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공기를 불어 넣거나 빼면서 연주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얼핏보면 아코디온과 비슷한 것 같으나 연주의 난이도에 있어서 반도네온은 피아노 식의 건반 악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어려운 것이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각 음의 배치입니다. 즉, 피아노의 건반의 경우, 반음 차이의 소리들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는 것과 달리, 반도네온의 경우는 여기 저기에 흩어져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 쪽과 왼 쪽의 단추 숫자가 다른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양 쪽의 소리들 역시 전혀 다른 순서로 배치 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연주자에게 가까운 쪽의 한 줄에 배치된 음들을 살펴보면, 왼 쪽이 위에서부터 파1, 도#1, 파2, 시3, 솔#3, 파#3, 미2, 미1, 오른 쪽이 라2, 레#3, 파4, 미4, 솔4, 시4, 미5, 레#4의 순서입니다.(음정 옆의 숫자는 옥타브의 차이를 나타냅니다.) 즉, 도 옆에 파가 있거나, 파 옆에는 레#이 있거나 하는 식입니다. 게다가 더 골치 아픈 점은, 위에 언급한 소리의 배열은 주름 부분을 닫으면서 단추를 누를 때의 경우에 한 한다는 점, 따라서 주름 부분을 열면서 같은 단추를 누를 때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고 하네요. 따라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피아노의 건반으로 연주할 경우와 반도네온으로 연주할 경우의 손가락 이동은 전혀 다르게 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능숙한 반도네온 연주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듯 연주자 자체가 귀하다 보니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기란 쉽지 않은데 최근에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행운이 걸렸습니다.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제 4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발에 9월 15일자 연주자로서 일본의 료타 코마츄 & 탱기스트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그 무대는 그 날 출연했던 4팀 전체를 통털어서 가장 매력적인 무대였지요. Astor Piazzolla의 대표곡은 물론이고 마지막 앵콜 곡이었던 라 쿰파르시타에 이르기까지 가슴을 파고드는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아주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나중에 따로 다시 한번 정리를 해 보고자 합니다)

한국에 고상지라는 걸출한 반도네온 연주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고상지는 카이스트에 재학 중 반도네온에 매료되어 일본으로 건너가 위에 소개한 료타 코마츄에게 사사받고, 본고장인 아르헨티나로 건너 가 반도네온을 연구하고 돌아 온 귀중한 연주자입니다(고상지에 대해서도 다음에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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