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 Head가 제시하는 음원 시장의 새로운 Rule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국의 밴드 라디오 헤드가 10월 10일 새 음반을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라디오 헤드는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음반을 발매하는 방식이 사뭇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음원을 홈페이지에 올려 놓을테니 미리 예약을 하고 다운을 받아가라는 것이지요.
10월 10일 이전에 www.inrainbows.com에 사전 등록을 하고 받아가면 됩니다. 가격은? 알아서 냅니다. 안 내든지 내든지. 얼마를 내냐고요? 그것도 알아서.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음반 배급 방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CD를 내고 CD가 어느 정도 팔리고 나면 곧 이어 음원을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공급 계약을 맺어서 공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라디오 헤드는 기존 방식의 반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1. 왜 이렇게 할까요?
2. 이런 방식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요?
3. 그 파급력은 어떻게 될까요?

 

1. 왜?

음반사들은 기존의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홍보용으로 찍은 CD로부터 음원이 흘러나가 정식 CD가 발매되기 이전부터 음원은 인터넷 세상을 떠 돌아 다닙니다. 한국의 음반사들은 단속을 강화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었습니다. 현재 세상에서 거의 모든 상품에 있어서 인터넷을 통한 분배를 이길 방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싸우기에는 음반 회사들의 역량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발상의 문제입니다. 왜 인터넷과 싸우려 드나요? 인터넷을 이용하면 그 뿐 인것을…… 생각을 바꾸면 길이 열립니다. 라디오 헤드는 인터넷을 훌륭한 유통 채널로 인식하고 이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역시 앞 선 밴드죠.

 

2. 이러한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가?

라디오 헤드는 그 간 오랜 관계를 맺어 오던 음반사 EMI와 지난 앨범을 끝으로 결별을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는 라디오 헤드가 음반을 어떻게 내던, 음원을 어떻게 하던 시비를 걸 상대가 없습니다. 즉, 음반사나 배급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물론 음반사나 배급사의 제거에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다 무료로 다운받아 버리면 그럼 라디오 헤드는 뭐 먹고 사나?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들은 공연 시장을 노립니다. 음원을 공개하고 사람들이 숙지하도록 만든 다음에 그 곡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tour에 나서는 것이지요. 똑 같아 보여도 어떤 음악을 CD나 MP3로 듣는 것과 그 곡을 공연을 통해서 현장에서 듣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시장인 것이지요. 음원이 많이 풀리면 공연에 오는 사람들 수가 줄어 들것 같은가요? 음악을 듣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녹음된 음악을 듣는 법과 실제로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듣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는 동일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음악을 즐기는 완전히 다른 방법입니다.

 

3. 파급력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 한 스스로를 반성해야 할 시점에 허구 헌날 “불법 MP3 타령”이나 하고 앉아있는 다른 가수들이나 음반 제작사들이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들은 하는수 없이 시장에서 사라져야겠지만…… 특히 음반 제작사들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아주 중요한 변화로 간주 될 수 있습니다. 대형 제작사를 통하지 않고는 자신의 음악을 유통 시킬 방법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던 과거와 달리 이번 라디오 헤드의 음원 공개는 제작사나 유통사를 배제한 채 가수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한지의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즉, 음반의 제작과 유통이라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대한 비지니스 전체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존페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음반 시장은 어떨까요?

섣부른 결론을 먼저 내리자면 아직은 라디오 헤드식의 음원 판매는 시기상조로 봐야합니다.
‘음원 공개 – 공연을 통한 수익 확보’라는 방식의 성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즉 다양한 공연장과 공연 문화가 확립이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지방의 경우 변변한 공연장 하나 갖추지 못 한채 도대체 음향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체육관에서 공연을 하기가 일쑤이지요. 이런 체육관들은 공연을 할 때 마다 목수들이 각목과 합판에 못 을 쳐서 결국은 공연이 끝나면 부수기 위한 무대를 만드는데, 관객은 그 못 값까지 내야 한다는 고 신해철의 주장은 그래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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