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 Seasons by I MUSICI

vivaldi four seasons by I MUSICI

 

또 다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돌아왔습니다. 계절의 순환을 묘사 할 때 이 “또 다시”라는 단어 만큼 적절한 단어는 없을것입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그 겨울이 가고나면 “또 다시“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는 사계의 순환은 사람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사람들을 더욱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태국 생활을 할 때, 적도권에 있는 나라들에서는 벤쳐라는 기업의 형태는 근본적으로 나오기 힘들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년 내내 내리 쬐는 뜨거운 태양은 인간들이 특별히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모든 곡식과 열매들을 잘 자라고 익도록 해주니 일단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게 그 첫번째 이유가 될 것이요, 둘째는 24시간 냉방이 지속되지 않으면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한 건물에 입주 해 있는 조그마한 벤쳐 기업을 위해서 건물 전체의 냉방 시스템을 가동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그저 저녁 5~6시만 되면 시내 중심가의 모든 오피스 빌딩들이 마치 아무도 입주해 있지 않은 것처럼 한결같이 불이 꺼지면서 컴컴한 빌딩으로 변하는게 그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사계절이 별로 길지도 않은 3개월을 주기로 꼬박꼬박 바뀌는 우리나라는, 계절 그 자체가 강제로 사람들을 부지런 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사계절이 뚜렸한 나라의 패션산업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그것에 비해서 당연히 더 발전할 수 밖에 없고, 또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스포츠나 레저산업 역시 그렇지 못한 나라에 비해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따라서 이러한 사계절의 변화가 산업 그 자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개 해 드리는 음반은 모든 분들이 잘 알고있는 비발디의 사계입니다. 사계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논평과 글들이 나와 있으므로 여기에서 상세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피하고 상식적으로 알아 두면 좋은 몇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붉은 머리의 사제”로 알려져 있는 작곡자 안토니오 비발디는 1678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으며 당대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자였습니다. 15세때 삭발하고 사제가 되었으나 그 이후의 생활은 별로 사제답지 못하였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평가가 엇 갈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 몇가지를 소개하면, 당시의 비평가인 골도니는 “비발디는 바이올린 주자로서는 만점, 작곡가로서는 그저 그런편이고, 사제로서는 영점이다”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후세의 스트라빈스키는 그의 음악을 두고 “똑 같은 곡을 100곡이나 쓴 사람이다. 비발디의 곡들은 모두 이 곡이 저 곡같고 저 곡이 이 곡 같아서 구별이 되지 않는다”라는 혹평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 시대인인 바하의 존경을 받았으며 교육적이고 종교적인 바하와 핸델의 엄격함에서 다소 벗어나 진정한 바로크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바로크 내의 낭만파라고 평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발디는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라는 제명하에 12곡의 협주곡을 작곡했으며 그 중에서 1번부터 4번에 해당하는 곡들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계”입니다. 사계는 클래식 음악의 용어를 빌리자면 완벽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 계절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표제를 붙인 네개의 협주곡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각 계절마다 3악장씩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협주곡의 작곡 방법인 1악장: Allegro/Presto(빠르게), 2악장: Andante/Largo(느리게), 3악장: Allegro/Viace(빠르게)의 규칙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소네트(시)에 맞추어서 작곡이 이루어졌으며 이후에 등장하는 표제음악의 선구가 된 작품입니다. 저는 여름의 3악장과 겨울의 1악장 그리고 3악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많은 연주자들이 재 해석하거나 멜로디를 차용하기도 했는데 여름의 3악장은 Vanessa Mae의 Storm이라는 곡을 통해서 전자 바이올린의 아주 박력있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며, 겨울 2악장의 주제 부분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매년 KBS FM이 조사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의 Best 1에는 어김없이 이 비발디의 사계가 랭크되는데 또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클래식에서도 1위는 비발디의 사계입니다. 미국의 어떤 음악 전문지에서는 사계를 “가장 친근한 클래식 1위”, “가장 지루한 클래식 1위”에 나란히 올리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친숙해서 오히려 지루한……” 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고나 할까요?

이 음반의 연주자인 이 무지치(I MUSICI)는 1952년 이탈리아의 산타세실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동창들로 창립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사계는 60여 연주단체가 녹음한 음반이 나와 있지만, 이 무지치는 1959년 최초로 사계를 녹음한 이래 그 독특하고 강렬한 카리스마로 말미암아 “이 무지치=사계” 라는 등식을 팬들의 머리속에 박아 놓았습니다. 이 무지치 역시 독주 바이올린 주자가 바뀔때마다 사계를 녹음하였으니, 이 무지치가 발매한 사계만도 각자 다른 음반이 여섯개가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훌륭한 사계라고 평가받는 녹음은, 1959년에 초대 바이올린 주자인 Felix Ayo가 독주를 담당한 음반입니다. 사계를 듣고 싶은데 딱 한장을 고르라면 어떠한 주저나 망설임 없이 고를 수 있는 유일하고도 독보적인 음반입니다. 봄의 소리를 들으면서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 Script
이 무지치의 창립 50주년 기념 내한 연주회가 지난 1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연주단인지라 그 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채워졌고 우리 가족은 입장권의 구입을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3층의 한쪽에 자리를 마련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의 연주회는 생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12명의 실내 악단이 연주하기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너무 넓었고 그 때문에 비발디-이 무지치 특유의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겨울철에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들어가 있다 보니 감기 걸린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기침 소리 역시 소음으로 작용했습니다. 역시 공연은 장소가 중요하고, 계절 또한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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