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a Vista Social Club

 

 

세상에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구루(guru)들이 존재합니다. 구루는 실력이 좋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다고 되는것도 아닙니다. 이 모든 것 즉, 실력과 경험이 모두 다 갖추어지고 거기다 더해 그 해당 분야에 대해서 철학적으로도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우리는 진정한 구루라고 부릅니다. 모든 분야에서 구루가 존재하지만 대중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소위 구루라고 일컬을만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저는 주저없이 이 사람들을 꼽겠습니다. 바로 Buena Vista Social Club입니다.

글쎄…… 우리 말로 굳이 번역을 하자면 “각광받는 사교클럽”정도로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생각해도 참 창의적인 번역입니다 ㅋㅋㅋ) 실제로도 Buena Vista Social Club은 쿠바의 황금기에 하바나에 실존했었던 유명한 클럽의 이름입니다. 이 앨범에 나오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이 클럽에서 활동을 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처음 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받았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어떻게 들으면 다소 거친듯한 라틴풍의 연주와 거기에 실려오는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구슬픈 보컬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노래는 잘 들려주고자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노래라기 보다는 그냥 삶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걸어다니고 말을 하고 밥을 먹는것처럼 그들은 노래했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는가? 부리나케 인터넷을 뒤진 결과 왜 그들의 음악이 저에게 그렇게 다가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90 평생을 노래를 불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을 노래했다면 저는 왜 그들의 음악을 몰랐을까요? 그것은 그 동안 영미 혹은 기껏 해야 캐나다나 호주(그래봤자 영어 문화권)의 음악만을 들었던 저의 음악 편식증에 그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쿠바의 뮤지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판소리가 있듯이, 포르투갈에 파두(Fadu)가 있듯이, 쿠바에는 쏜(Son)이라는 그들만의 음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밴드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정의하기도 힘들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그 정의를 내린다면 각자 solist로 할동을 하다가 특정한 공연이나 음반제작을 위해 모인 Project band 정도로 해 둘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올해 2월5일과 6일 양일에 걸쳐서 한국을 방문하여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그 공연을 보지 못했습니다. 내한 공연 소식이 알려지고 티켓 발매 하루만에 모든 좌석은 팔려 나가 버리고 저에게 돌아 올 자리가 없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객석을 가득 메운 남녀노소를 불문한 청중들은 이 노익장들의 연주에 모두 기립박수(standing ovation)를 보냈다고 합니다. 특히 피아노를 연주하는1919년 생의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는 제대로 걷지를 못하여 주변의 부축을 받고 무대로 나왔는데 정작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신들린 듯한 연주를 하였답니다.

흙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한다고나 할까요? 잊혀져가는 그들의 음악을 주류 시장에 끌어 들인 것은 라이 쿠더라는 프로듀서였습니다. 라이 쿠더가 쿠바에 가서 이들을 찾았을 때 이들은 이미 잊혀진 뮤지션들이었고, 구두닦이, 이발사 등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고 하지요. 쿠바 각처에서 모은 백전의 노장들과 함께 단 6일만에 녹음하여 발매한 음반이 바로 Buena Vista Social Club입니다.

라이 쿠더가 진주를 발견했다면, 발견한 진주를 더욱 더 빛나게 한 사람은 독일의 거장 영화 감독인 빔 벤더스였습니다. 빔 벤더스는 1999년 이들의 음악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만들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 앨범에는 모두 1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루벤 곤잘레스의 연주는 앨범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지만 특히 4번 Pueblo Nuevo(새로운 마을)과 13번째 수록곡인 Buena Vista Social Club 이라는 연주곡에서 이 노익장의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3번째 곡인 El Cuarto De Tula(툴라의 그림) 이라는 곡에서는 흥겨운 빠른 템포의 곡이지만 쿠바 음악 특유의 슬픔과 우수를 자아내는 독특한 리듬과 멜로디를 들을 수 있습니다. 빠르고 흥겨운 슬픈곡이라니! 또한 Buena Vista Social Club의 빼 놓을 수 없는 보컬 중 한명인 이브라임 페레르 (Ibrahim Ferrer -1927년 생)의 가늘면서 호소력 짖은 목소리는 5번째 수록곡인 Dos Gardenias(두개의 정원)와 9번째 Candela(등불)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Buena Vista Social Club의 유일한 여성 보컬리스트인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 – 1930년생)는 7번째로 Veinte Anos(20년)라는 노래를 그녀 특유의 굵고 허스키한 보이스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노래는 TV 연속극에는 거의 관심이 없던 남자들을 연속극의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푸른안개”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음악과는 다른, 그리고 이제껏 우리들이 들어왔던 익숙한 음악과도 또 다른 종류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물며 그 음악들이 산전수전 다 겪고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노익장, 구루(guru)들이 연주하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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