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영어 끌어 안기
공교육 체계하에서 영어를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방침에 대한 논의가 연일 뜨겁습니다.
이 정책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의도’라는 단어는 다소 불순한 의미로 읽혀 질 소지도 있겠습니다.
의도 보다는 그렇게 해서 ‘원하는 바’, ‘이루려고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짧은 머리로 생각해 보면 영어의 생활화를 통해 국제 비지니스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그 다음으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더 이상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말라는 교육 처방인 셈입니다.
따지고 보면 영어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인데, 이것이 마치 온 국민이 반드시 도달해야 할 하나의 목표가 되어 온 나라가 법석을 떠는 것 자체가 달갑지는 않습니다. ‘영어 잘하기 =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공식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본은 받침을 가지지 않는 발음 구조, 풍부하지 못 한 자음과 모음의 갯수로 인하여 본질적으로 영어에 불리합니다. 맥더너 햄벅과 마그도나르도 함바구 사이의 관계를 유추하기 위해서는 추리가 필요할 정도이지요. 영어라는 것 한가지만 보자면 적어도 우리는 일본보다 확실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발음에서 일단 한 수 먹고 들어가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이 일본보다 나은가요? 수단은 수단으로서 극대화 했으면 합니다. 그것을 가지고 목적인 양 부산 떨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미국의 빈민촌 아이들을 볼까요. 걔네들은 영어 하나는 끝내줍니다. 당연하죠 미국인인데. 문제는 말만 영어로 가능하다는 것. 나는 우리 아이들이 영어 하나는 죽이는데 그 이외에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아이들로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알맹이(contents)가 되겠지요.
최근의 논의를 보면 “영어로 가르치자”는 논의는 쏟아져도 정작 영어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잘 안보입니다. 원어민도 탄복 할 만한 훌륭한 발음을 겸비한 끝내주는 영어로 표현 할 것이 고작 “안녕하세요”나 “식사 하셨어요” 정도라고 상상해 봅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영어가 아니라 과연 현재 우리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강남의 학원가에는 벌써부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을 위한 영어 학원에 대한 문의가 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요? 그런거 하지 말자고 영어로 수업하자고 하는 것인데 또 그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학원? 그럼 사교육 줄여 보자는 기대 효과는 어디로 간거죠? 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인가요?
이제 학교에서 영어 교육 제대로 시킨다니까 그러한 당선인의 정책이 우리 영어 교육의 문제를 해결 해 줄것이라 판단되면 학원 걷어치우고 정부 정책 한번 화끈하게 밀어줍시다. 만약 그런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확실하게 반대를 합시다. 밀어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학원이나 알아보는 자세는 곤란해 보입니다. 결국 이 문제가 현실로 다가 오는 이들은 우리의 자녀들인 학생들일 것이고, 그러한 학부모들의 어정쩡한 자세로는 학원에 목을 매야하는 연령대만 앞 당겨서 이 학생들을 더 괴롭히기만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