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Liberte by Gipsy Kings
여름이 왔습니다. 답답한 도시를 탈출하여 어디라도 좋으니 떠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눈을 감고 상상에 잠겨봅니다. 괌도 좋고 푸켓도 좋고 파타야라도 좋고 열대의 어느 이름없는 해변이라도 좋습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열대 대변의 백사장에 와 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해변에는 구리빛으로 그을린 건강한 남녀들이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으로 비치 발리볼을 즐기고 있고, 저는 일광욕을 하기 위해 펼쳐진 의자에 누워 밀짚 모자를 눌러 쓴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탁자에는 무슨 열매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한잔의 시원한 열대과일 주스가 있습니다. 이때, 들었으면 딱 좋은 음악이 어떤 음악일까요? Beach Boys의 Surfin USA? 약합니다…… 너무 약하지요…… 그 상황에 딱 맞는 시원한 음반을 하나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Gipsy Kings 입니다. Gipsy kings의 음악은 라틴 음악과 레게 그리고 Tropical sound 가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뜨거운 정열이 있으면서도 시원한 리듬이 존재합니다. 이런 음악 용어는 없지만 저는 이들의 음악을 Tropical Rock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집시하면 무엇이 생각나는지요? 유럽 내부에서도 집시는 독특한 민족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피부색과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이나 팔레스타인인들처럼 자기네 땅을 찾겠다고 피를 흘리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집시가 자신들만의 국가를 갖겠다고 말썽 피운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한 곳에 머무르기를 싫어하며 싸우는 것을 싫어합니다. 성격이 태평스럽고 낭만적이며 삶을 즐기는 민족입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그들은 결코 강자가 아닙니다. 세계 사회에서 아마도 집시의 위치는 무시나 멸시의 그 중간 어디 정도쯤 되지 않을까요? 독일 나치의 인종 차별 정책에 의해서(열등 인종의 청소) 전 유럽에서 거의 40만에 가까운 집시들이 학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의 학살을 기억하는 수 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있었지만 집시 학살의 기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현재 어엿하게 대중 음악의 세계에서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을 보면 대부분 힘들고 어렵고 가난한 약자들의 음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흑인 영가와 노동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블루스와 소울, 재즈가 그렇고, 힙합 역시 그 반항하는 듯한 몸짓은 사회적 약자의 몸짓에 가까히 있으며, 랩 또한 그 끊임없이 거칠게 쏟아내는 단어들이 사회를 향한 욕설로서 출발했음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집시들의 음악 역시 유럽의 대중음악, 특히 스페인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 현재 플라멩고라는 정열적인 음악으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Gipsy Kings는 가족으로 구성된 7인조 밴드입니다. 화려한 기타의 리듬과 원시적인 타악기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듣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들의 음악이 소개된 적이 있었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다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렇습니다. CF에 한번 나왔습니다. 아마 관절통 약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 왜 노인들이 볼링장에서 볼링을 치고는 관절통 걱정없이 산다는 모습을 강조하며 온통 볼링장이 무도장인양 신나게 춤을 추는 광고, 바로 그때 노인들을 신나게 만든 그 음악이 바로 Gipsy Kings의 Volare 입니다.
더운 여름, 비록 열대로 휴가는 못 떠나지만 떠났다고 치고, 멋진 Tropical sound를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