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이 렌즈 보관함 제작
장마는 여러모로 생활 사진가를 괴롭힙니다.
일단 비가 잦으니 출사 기회가 적고, 습기가 많으니 장비 보관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곰팡이가 습기를 틈 타 렌즈에서 기생을 잘 한다고 하니 더욱 더 신경이 쓰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통적 장마 개념에서 여름 내내 비가 오는 우기로 개념 변경이 필요하다고 하니 더욱 골치 아프게 됐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제습함은 물론 좋은 것이 많으나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렌즈의 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니 몇십만원을 주고 선뜻 제습함을 들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여름 한 철 지나면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대체로 견딜만 하지 않나요?
결국 자작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제습함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그저 약간의 제습 기능을 갖는 보관함 정도가 어울리는 명칭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주재료는 보시다시피 대형마트에서 파는 골판지 상자입니다.
골판지는 주재료가 종이이므로 아무래도 습기 흡수를 잘 하지 않겠는가 하는 근거없는 소박한 추정을 해 보았습니다.
게다가 상품 설명서에 떡~ 하니 “방충 방습 기능이 있는……”, “습기에 강하고……” 라고 적혀 있네요 ㅋㅋㅋ~
접으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
우아하지 않은가요? 크기도 딱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렌즈들을 그냥 막무가내로 넣으면 안되겠지요. 그렇게 하기에는 자작이라는 이름이 너무 민망합니다.
약간의 내부 손질을 했습니다.
일단 우드 보드가 필요합니다.
우드 보드를 밑 바닥 크기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가공합니다.
구멍은 캐논 렌즈의 뒷 캡이 빡빡하게 들어갈 정도로 뚫었습니다. 이 구멍에다 렌즈를 끼워서 세워 놓을 참입니다.
그 이외에 몇몇 우드 보드를 용도에 맞게 잘라서 칸을 질러 주었습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완성이 됩니다.
맨 오른쪽은 세울 수 없는 렌즈(형아백통)가 누울 자리이고 나머지는 세우면 됩니다.
대충 높이를 보니 꽤 긴축에 속하는 17-55mm 나 백마 정도도 충분히 세워 질 것 같습니다.
뒤 렌즈 캡 크기가 다른 시그마 같은 렌즈들은 어떡하냐고요?
모릅니다. 적당히 알아서 자리 잡으라고 해야겠지요. 그래봤자 그 놈들이 여기있지 어디 딴 데 가겠습니까?
대충 자리를 잡아 주니 다음과 같이 되었습니다.
실리카 겔을 여기저기 놓아주었습니다. 참고로 실리카 겔은 큰 봉지로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물 먹는 하마는 물이 차기 직전 고체들이 더 이상 고슬고슬 하지 않으면 바로 뺄 생각입니다. 물이 차면 그 자체로 바로 습기 공급원이 되겠지요.
마구 굴러 다니면서 렌즈들끼리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경사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45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약 40도 경사까지는 무리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입니다.
나중에 온습도계나 하나 사서 넣어두면 되겠네요.
취향에 따라 구멍을 뚫고 온습도계를 부착해도 될 것이고, 좀 더 진도를 나가자면 5mm 정도의 아크릴 판으로 뚜껑을 만들어도 될 것입니다.
요즘처럼 습도가 80~90을 오르내릴 때 이 보관함 안이 50 정도만 유지되면 성공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