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ight in San Francisco by Al Di Meola, John Mclaughlin and Paco De Lucia
기타(Guitar)라는 악기만큼 인간과 친숙한 악기가 있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나 기타처럼 생긴 악기가 하나씩은 있는 것을 보면 기타의 역사는 거의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참고로 기타 모양처럼 생긴 악기가 처음 등장 한 것은 BC3000년 경으로 추정됩니다. 현대 기타의 할아버지는 8세기경 사라센 제국에서 무어인들이 들여 온 키타라(Quitara)라는 악기이며, 여기에서 8현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의 6현 기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그러지 않겠지만 70년대, 그리고 80년대 초반까지도 대학교 다닐 때 통기타 하나 메고 학교에 올라가 잔디밭에 앉아서 잔잔한 아르페지오로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을 읖조리는 것이 큰 낭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또한 거기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둘러 앉아 깡 소주라도 곁들일라치면 세상의 모든 곡은 C, F, G7 세개의 코드로 가능하다는 억지를 부리면서 거의 맞지 않는 코드 진행으로도 고래잡으러(?) 가자고 신나게 고함을 질러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한 억지는 언제나 잘 먹혀 들었는데, 왜냐하면 자주 기타 소리는 고래고래 부르는 노래 소리에 묻혀버리고 코드의 진행이 맞고 틀리고는 애당초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대학생이라면 나도 기타 한번 배워 볼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가져보지 않았던 이가 얼마나 될까요?
세상에는 많고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있지요. Rock의 3대 기타리스트라는 Eric Crapton, Jimy Page, Jeff Beck을 거쳐 속주의 Alvin Lee, Yngwie Malmsteen, Jazz 혹은 R&B의 Charlie Christian이나 B.B.King, Earl Krugh, 우리나라의 신중현…… 이렇게 기억나는 수 많은 기타리트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제껏 들었던 기타 연주 중 가장 인상적인 앨범을 하나 소개 할까 합니다.
이 음반에는 기타 이외의 다른 어떠한 악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귀를 찢는 폭발음을 가진 일렉트릭 기타가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우리가 흔히 말하는 통기타) 2대와 플라멩고 기타(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래식 기타) 1대가 전부입니다. 심지어 리듬 파트(드럼이나 베이스)도 없습니다. 오직 3대의 기타가 있을뿐입니다. 그러나 완벽합니다. 상상해 보시지요. 1980년 어느 금요일 밤, 명색이 콘서트인데 무대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세개의 의자만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덩그렇게 놓여 있습니다. 곧 이어 세명의 남자가 등장하고 그 들의 손에는 기타가 쥐어져 있습니다. 관중들의 환호속에 첫 번째 음이 퉁겨집니다. 그들의 연주는 격정적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그렇게… 금요일 밤이 깊어갑니다.
이렇듯 이 음반에는 단 세개의 기타만을 가지고 연주하고 있으나 모든 연주곡에는 빈틈이 없다 못해 폭발적이기까지 합니다. 기타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이 음반을 들어보아야 합니다. 아주 부드럽게 속삭이다가 이내 살갖을 바늘로 찌르듯이 파고드는 날카로운 연주, 다시 입으로, 말로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답답하고 귀찮은 의사 소통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선문답을 주고 받는 둘 혹은 세사람의 기타를 통한 영혼의 대화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 연주곡들은 시끄러운 곳이나 자동차 안에서 듣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몰입”을 위한 곡들입니다. 독자들의 나름대로의 “몰입”을 기대합니다.